Story/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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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Story/Long 2020. 11. 5. 23:26
대학원 면접도 다 끝이 났고 취준도 잘 마무리했다. 결과도 좋을 것 같다. 이제 다 끝났다 생각해서 쉬려고 하니 몸이 많이 아프다. 갑자기 마비 증상이 찾아와서 오늘은 눈까지 잘 안보이더라. 지난 봄 이후 단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너무 무섭고 서러워서 펑펑 울었다. 이러다가 정말 안보이면 어떡하지? 이러다가 정말 마비가 되면 어떡하지? 나 정말 지난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는 노력하면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왜 이렇게 다시 나에게 시련을 주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다 잘 끝내놓고선 왜 갑자기 몸이 아프나 싶기도 하고 .... 생각보다 내 몸을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공포, 잘못하면 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정말 무섭더라 글을 쓰는 지금도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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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내가 이뤄야 할 것 (10가지!)Story/Long 2020. 9. 13. 03:05
1. 평생 즐길 스포츠 하나를 찾아서 아마추어 선수 수준까지 열심히 하기 2. 내 속마음을 터놓고 힘든 일 있을 때 함께 있을 수 있는 평생 친구 3명 만들기 3.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사랑하며 배려하며 살아가기 4. 한두 가지 분야에 대해서 완전한 전문가(Specialist)가 되기 5. 다방면에서 수준 있는 토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넓은 교양을 가지기 6. 세계 일주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내가 살아온 삶과 지식들을 공유하기 7.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히말라야 등정하기 8. 꾸준히 나의 역사를 기록하기. 일기를 쓰든 내 생각을 쓴 글을 쓰든 9. 내 자식과 함께 많은 추억을 같이 만들기. 최고의 아빠가 되기 10. Europa(유로파) 프로젝트 참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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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Story/Long 2020. 7. 3. 00:41
우리집 귀염둥이 우진이는 자동차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도 자기 전에 우진이를 씻기고 상으로 약속했던 자동차 광고를 보여주던 중이었다. 광고를 한 3편째 봤나? 우진이는 다른 광고를 보고 싶었는지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며 '이거 안 볼 거야!' 했다. 그렇게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걱정이 됐다 그래서 내가 잠시 유튜브를 멈추고 보는 것은 좋지만 밤 11시이니 크게 소리 지르면 안 된다고, 다들 자고 있으니 삼촌이랑 조용히 보겠다고 약속하면 다시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우진이는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면서 "안 해!", "싫어!" 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래서 당황한 나는 우진이에게 '조용히 하면 보여줄게, 이거 어려운 거 아니잖아 우진아ㅠㅠ다들 자는데 시끄러우면 자다가 아야 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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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Story/Long 2020. 6. 16. 22:30
이번 학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나에게 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중에 하나는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도 공부하는 건 정말 힘들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지치지 않는다. 오히려 공부를 하면서 나 혼자 '이 기술을 더 응용화할순 없을까?' '더 간단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공부를 한다. 전공 공부와 담을 쌓고 살았던 이전의 나와는 다른 모습에 가끔씩 나도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옛날에 군대 훈련소 때 친한 형이 편지에 이런 말을 적어줬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그때도 이 말은 내게 정말 큰 위로가 되었었는데 지금도 이따금씩 이 말을 되뇌이며 산다. 맞아. 사랑하면 알게 되는 것들. 그리고 그제서야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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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Story/Long 2020. 6. 14. 21:58
해외의 모 대학에서 석박통합 퍼미션을 받았다. 박사는 풀펀딩이었지만 석사는 노펀딩이었다. 정말 깊게 고민했다. 연구분야도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분야였다. 처음으로 퍼미션을 받은 거라 그런지 처음에 합격 메일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 특히나 교수님의 메일만 읽어도 교수님의 연구에 대한 열정과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부모님과 이에 대해 정말 많은 얘기를 했는데 부모님께선 현재 집의 상황이 그렇게 좋진 않아 외국 유학은 지원이 좀 어려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그래서 주말 동안 해당 국가의 비자와 주변 이민 간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생활 및 집세 등 여러 가지를 알아보고 또 장학금도 고려해봤다. 하지만 코로나로 일정이 많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어 현실적으로 올해 안에 해결하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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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Story/Long 2020. 5. 29. 10:21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모든 것들이 다 진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슬슬 서울에 올라가야 해서 짐 정리를 하고자 내 방을 정리하던 중 예전에 내가 썼던 글들을 발견했다.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내 생각들을 적곤 했었고 이것들이 책장 사이에 끼워져 몇 년을 있다가 오늘이 되어서야 빛을 본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오글거릴지 반쯤 두려워하며 글을 읽었다. . 놀랍다. 내가 이렇게나 글을 잘 썼다니. 물론 문법이나 글의 짜임새는 조금 고칠 곳이 보였지만 글에 실린 감정, 글에 새겨져 있는 논리 그리고 전체적인 글의 흐름은 지금의 나보다도 훨씬 뛰어났다.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것은 글이 굉장히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지식을 뽐내고자 괜히 어려운 단어를 쓰지도 않았고 경험은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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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Story/Long 2020. 5. 6. 21:53
향기가 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잊기가 참으로 어렵다. '이젠 나에게서 그의 향기가 안 나는구나' 싶다가도 문득, 정말 갑자기 문득 생활 속에서 배어 나오는 그의 체취에 깜짝 놀라곤 한다. . 오늘도 사진첩을 보다가 한동안 그냥...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의 향기가 난다. 사진만 봐도 그 당시의 상황과, 내 얼굴을 스치던 바람의 온도와 나를 볼 때 'ㅅ'자가 되는 입술 그리고 그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 눈을 감고 잠시. 아니 꽤 오랜 시간 동안 그를 추억한다. 그의 향기가 난다.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때로는 보고 싶다. 고요하게 서글프다. . 가장 소중했던 부분을 어찌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떼어낼 수 있을까 게으른 나는 아직도 마음 정리가 안됐나 구속은 이별한 후에 시작된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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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Story/Long 2019. 10. 25. 00:38
짧은 기사였다. 영국에서 발견된 트럭에서 냉동 컨테이너가 발견이 됐고 그 컨테이너 안에는 39명의 중국인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하지만 요즈음 중국인에 대한 인식이 그렇듯 사람들은 원색적인 혐오 발언과 함께 죽게 되어 다행이라는 등 여러 가지 악담을 퍼부었다. 그러던 중 위의 한 댓글을 보게 되었다. 삶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찰 그리고 그런 시각 위에서 피어난 진정한 의미의 연민과 동정. 나는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좋다. 기본적으로 이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 나 하나만을 생각하며 살지 않고 잠깐 쉬어가며 뒤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다. 요새 살다 보니 하도 이상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더욱더 댓글이 따뜻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