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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내 생각의 습작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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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Long 2019. 9. 12. 23:34

     

    오늘 취업한 동기가 학교로 찾아와 간만에 즐거운 만담을 나누던 중의 일이었다. 한 친구가 자기 여자친구가 간절히 바라던 회사에 떨어져 너무 슬퍼한다며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 회사에 다니고 있던 동기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자기 회사에서도 전전이나 기계 또는 신소재가 아닌 다른 전공은 본 적이 없다고. 애초에 들어가기가 워낙 힘든 거니까 너무 상심 말라고.

    충격이었다. 그다음 말들은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회사에 이공계 밖에 없다니. 지금의 삶이 끝없이 연장된다니. 이렇게 힘든 삶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삶이 저 회사 아니 저 분야로 가게 된다면 평생 반복된다니. 회사 가면 모든 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순진한 착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미래의 내가 그려졌다. 어떻게 꾸역꾸역 회사를 들어가더라도 내 적성과 안 맞는다고, 삶이 불행하다면서 끊임없이 퇴사를 고민하는 내가 보였다. 그때도 지금처럼 고민만 하다가 결국 지나가겠지. 나는 결국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하루하루를 지배하지 못하고 시간에 끌려가는 그런 수동적인 삶을 살겠지. 무서웠다. 그러다 갑자기 나에게 동기들이 물었다. 너는 요새 뭐 하고 사냐고. 뭐 하고 싶냐고.

    글쎄. 나는 뭐 하고 싶을까. 그리고 요즘 나는 뭐하고 사나. 내가 무슨 말을 뱉었는지 사실 기억도 잘 안 난다. 너무 충격이라서 신경 쓸 겨를도 없었거든. 그래 그래서 넌 뭘 하고 싶은데. 넌 요새 뭐하고 사니 준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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