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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Story/Long 2019. 9. 13. 00:31
늦게까지 시험공부를 하다가 아침 해가 뜰 때쯤 집에 들어온다. 남들보다 늦게 문을 닫는 나의 하루에 무엇을 바라겠냐만은 삶에 반쯤 지쳐 약간의 기대와 함께 현관문을 열면 밤새 식어버린 차가운 공기와 센서등 하나만이 나를 반길 뿐이다. 그래도 이거라도 나를 반겨주는 것이 어디냐. 적막이 흐르고 이런저런 생각에 자기 전에 캔맥주 하나를 딴다.
어느 순간부터 내 인생에는 주황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요즈음의 나는 넘어지기 직전의 팽이 같다. 나는 멈춰야 할까 계속해서 가야 할까. 차라리 빨간불이었으면 멈추기라도 했을 텐데.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의 삶엔 내가 없다. 지금 하는 공부, 지금 하는 일, 지금 내가 지고 가야 할 책임. 모두 하나의 소실점으로 수렴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소실점에 도달한 순간 나는 소멸할 것 같다. 저 점에 도달하면 나는 끝내 좌절할 것 같은데. 왜 나는 목표가 아닌 소실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아니 애초에 목표라는 게 있을까. 있다면 왜 난 찾지 못하는 건가. 하물며 공부를 할 때도 이 공식이 왜 나왔는지 이 부분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알면서 공부를 하는데 나는 왜 내 삶의 목적을 알지 못할까. 내가 왜 사는지, 왜 나의 순간들을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하는지 내 자신에게조차 스스로 납득을 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삶의 목차라도 주어졌으면 조금이라도 달랐을까. 한 떄 나는 희망에 가득 차고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진 살아있는 육신이었지만 현재의 난 과거의 허물을 벗지 못하고 아직도 그 속에서 허우적대는 불쌍한 영혼이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자꾸만 뒤로 보게 되는 비참하지만 고귀한 몸이다.
비록 자고 일어나면 다시 가방을 고쳐매고 도서관에 가서 다시 펜을 잡을 것이고 또한 내 개인적인 고민을 이렇게 현학적인 언어로 포장해서 남들 보는 SNS에 말 그대로 '배설' 한다는 것은 정말로 부끄럽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야지 답답한 게 풀릴 것 같은데 어쩌겠나. 삶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나는 영원히 고민하겠지.
아마 나의 삶은 끊임 없이 채우고 비워내길 반복하는 노동의 삶일지어라.
오늘도 곰곰이. 그리고 조용히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