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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Long 2019. 10. 18. 21:16

     

     

    술을 거하게 마셨다.

    새벽까지 이런저런 만담을 나누다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덧 동이 틀 무렵이다.

    다들 서로 작별인사를 나누며

    각자의 택시를 타고 어찌어찌 집으로 갔지만

    나는 택시비 5천원이 아까워

    강북에서부터 강남 저 밑에까지

    술에 쩔은 몸을 이끌고

    아직 등을 켜지도 않은

    버스 한 구석에 몸을 던진다.

    내 인생은 떨어지는 낙엽처럼 바스락하다.

    마치 지금 기대고 있는 창문처럼

    고요하고 차갑다.

    사실 생각해보면 정말 별 거 아닌데.

    버스도 돈 3천원인데..

    .

    삶의 비참함을 외면하는 학문은 얼마나 무기력한가

    내가 공부하는 학문

    이게 실생활에 어떤 의미가 있나

    인류의 발전엔 그나마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순 있겠지

    하지만 이게 삶의 구렁텅이에서 헤매고 있는 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난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가

    이 모든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

    나는 이리 술에 취한 채 하루를 마무리하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날을 시작할 지어니

    부끄럽다.

    하루가 그리 나에게 큰가 싶으면서도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은 게 곧 삶이니까.

    .

    삶에는 지름길이 있을까

    내가 그걸 알았다면 지금 나는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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