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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Story/Long 2020. 5. 29. 10:21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모든 것들이 다 진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슬슬 서울에 올라가야 해서 짐 정리를 하고자 내 방을 정리하던 중
예전에 내가 썼던 글들을 발견했다.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내 생각들을 적곤 했었고
이것들이 책장 사이에 끼워져 몇 년을 있다가 오늘이 되어서야 빛을 본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오글거릴지 반쯤 두려워하며 글을 읽었다.
.
놀랍다. 내가 이렇게나 글을 잘 썼다니.
물론 문법이나 글의 짜임새는 조금 고칠 곳이 보였지만
글에 실린 감정, 글에 새겨져 있는 논리
그리고 전체적인 글의 흐름은 지금의 나보다도 훨씬 뛰어났다.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것은
글이 굉장히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지식을 뽐내고자 괜히 어려운 단어를 쓰지도 않았고
경험은 부족했지만 그렇다고 글의 깊이가 얕지 않았으며
이해관계가 없었기에 글이 명료했다.
가장 나다운 글이었다.
.
내가 쓴 글들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왜 나는 이때보다 글을 더 못쓰는가.
왜 나는 그동안 발전하지 못했는가.
왜 나는 퇴보했는가.
.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모든 것들이 다 진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문득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