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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여름계절 논어] 친한 친구가 있었다.
    Dream/교양과목 2020. 9. 12. 01:14

     

    친한 친구가 있었다. 대학 생활을 함께 하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땐 내 옆을 지켜주고 즐거운 일이 생겼을 땐 함께 나눴다. 그랬던 친구와 어떤 일을 가지고 크게 싸웠다. 내가 아무리 어떤 면에 대해 친구에게 사과하라고 말해도 그 친구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나를 보고 자기에게 사과하라며 화를 냈었다. 급기야 우리 둘은 멱살 잡기 직전까지 싸웠고 그 이후로 혈육처럼 느꼈던 그 친구와 나는 다신 같이 다니지 않았다.

     

    지금 동아시아의 상황은 마치 나와 친구의 상황과 비슷해 보인다. 한때는 서로 도우며 지식을 공유하고 화합했지만 이제는 갈등의 골이 심하게 깊어졌다. 특히나 역사 인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일례로 일본은 당시의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며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다. 이뿐이랴, 비록 2010년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를 통해 폐기되었으나 아직까지도 일본 내 역사 교과서에 인용되고 있는 임나일본부설, 일본 정부의 관여 및 묵인 하에 자행된 명백한 전쟁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부인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마주하지 않는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무례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대체로 동아시아에서 무례하다는 말은 경멸을 의미한다. 무례하다는 것은 예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는 무엇일까. 예는 배려하고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의 본성이다. 그리고 그 예의 핵심은 공경하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 무례하다는 것은 상대방을 공경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예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한쪽만 예를 갖추고 반대편은 그렇지 않다면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남에게 예를 묻기 전에 우리 스스로 예를 잘 지키고 있을까. 우리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거칠게 비판하면서 일본의 쓰시마 섬이 우리 땅이라는 말을 대한민국 정부차원에서 주장했다(194918, 신년회견).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를 부인하는 일본을 비판하면서 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에 대해선 침묵한다. 이렇듯 동아시아 역사는 첨예한 갈등과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화합할 수 있을까. 힌트는 예의 항목인 음악에 있다. 순임금은 음악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정직하면서도 온화하게 할 것을 강조했다. 정직하면서도 온화하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강직하게 원칙을 지키면서도 온화한 태도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한 후 원칙을 설명하여 잘 인도하라는 뜻이다. 또한 관대하면서도 장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동시에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는 예와 악의 구현을 통해 질서와 화합 더 나아가 조화를 꿈꿔야한다. 여기서의 화합이란 적당히 타협하면서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이 아닌, 객관적 역사를 철저하게 분석하면서 잘못된 것은 물러서지 않음으로써 원칙을 지키고, 잘못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에는 온화한 태도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또한 대학에는 수신제가라는 말이 나온다. 수신을 기반으로 제가를 이루는 것. , 자신을 올바르게 다스렸을 때, 내 주변 가족도 그 모습을 보고 감화되어 스스로 올바르게 되고자 다짐하고 따르는 것이다. 올바른 교육을 통해 우리 역사를 똑바로 바라보고, 스스로가 진실과 선을 향해 투철하게 노력할 , 남들도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우리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철저한 수신 위에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하나씩 엉킨 실을 풀어나가는 그것이 바로 예에서 말하는 질서와 화합일 것이며 나아가 조화일 것이다.

     

    사실 나는 아직 그 친구와 화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수업을 듣고 그때를 반추해보니 매순간 나는 그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정작 나는 단 한 번도 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았다. 내 입장만을 생각하며 주변 친구들에게 걔는 나쁜 애야라며 얘기했던 것이다. 계절 학기가 끝나면 먼저 연락을 해봐야겠다. 내가 그때 미안했다고, 용서해달라고. 그리고 우리 다시 친하게 지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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